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던 사람을
오늘 만났어.
.
.
내가 일하는 곳에
예전에 일했던 병원 원장님이
손님으로 온거야.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묻다가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짧게 인사를 나눴어.
사실
지금 일하는 곳이
그 병원이랑 가까워서
혹시나 했거든.
그동안 일하면서
제발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했어.
뭐랄까..
그냥 싫었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이었어.
근데..
막상 마주치니까
기분이...
엄청 싫지 않더라..?
내 기분에
내가 당황했어.
웃으면서
잘 지내셨는지
인사를 나누는데
원장님 말투랑
인사말이
너무 익숙한거야.
같은 공간에서
힘들어하면서 일했던
기억들이 떠올랐어.
🥶 그중엔
이런 일도 있었어.
(아마 누구도 절대 겪고싶지 않은 일일걸..)
✉️
내가 실수로
"원장님 왜 저래?"라는 쪽지를
다른 직원한테 보내야하는데
원장님한테 보내버린거야...!!!
😱
그때 진짜
너무 놀래서
그대로 굳어버렸어.
너무
도망가고 싶었는데,
원장님은
나를 방으로 불러서
화내지 않고
이유를 물으셨어.
자기가 알아야
다음에 또 안 그런다고.
.
.
.
이런 일들이 떠오르면서
신기하게...
눈물이 나려는 거야.
그동안
마주치지 않길 바랐는데,
막상 마주치니까
원장님이랑 대화를 하고 싶었어.
(인사만 나누고
그냥 안내 해드리고
자리로 돌아왔어)
🤔
이런 내 모습이
당황스러워서
원장님이 가시고 나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봤어.
생각보다 기분이 괜찮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속에서
하지 못한 말들이 떠오르는데,
너무 놀랐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감사했다는 말,
죄송했다는 말
이었어.
.
.
.
20대 중후반의
어린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어요.
부족한 게 많아
동료 선생님께 배워야 했고,
그래서 더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저를
믿고 써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봐도
어렸던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땐 자라기 바빠
제 생각만 했어요.
죄송해요.
병원에서 바라는 일이 있다고 하셨을 때
힘들다는 이유로 거절해서
죄송해요.
.
.
그때 하지 못해서
속에 담아둔 말은
가시 돋친 말이 아니었어.
미워하는 마음이
한가득인 줄 알았는데....
죄송하고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어.
.
.
.
.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해.
혹시 너한테도
떠올리기만 해도 싫은
그런 사람 있어?
만약에...
미워하는 마음 밑에..
나처럼 뭐가 더 있다면...?
그게뭘까..

이게 하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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